이 글은 1970년대 후반 『뿌리깊은 나무』에 게재된 「오상원 우화」를 분석함으로써 1950년대 전후작가에만 머물러 있던 오상원의 글쓰기를 재평가하고자 한다. 1970년대 오상원의 동물우화는 저널리스트로서의 현실과 창작자로서의 이상이 타협한 결과물이다. 짧고 간결한 형식, 연극적 대사가 중심인 허구의 형식을 통해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 인식론적 성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상원에게 우화는 필연적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상원 우화는 당대 정치의 조직화된 폭력에 저항하면서도 비정(非情)한 문체를 통해 알레고리적 글쓰기의 우울을 담아낸다. 이 글에서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재현하는 우화, 생의 잔혹성을 극단적 폭력과 죽음으로 보여주는 우화, 약자의 존재 방식을 보여주는 우화로 나눠 분석한다. 오상원의 동물우화는, 차마 인간의 형상으로 그 잔혹한 세계를 재현하기 어려웠던 오상원의 암울한 현실인식이 우회적이고 대안적으로 찾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