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갈레노스가 어떻게 플라톤 철학을 수용했는지를 고찰한다. 특히,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의 학설에 관하여』에서 의술과 철학의 합류점으로 나타나는 영혼삼분설에 주목한다. 갈레노스는 플라톤의 『국가』와 『티마이오스』에서 개진된 영혼삼분설을 최신 의학 연구 성과에 비추어 갱신했다. 그에 따르면, 영혼의 이성적 부분은 뇌에, 기개적 부분은 심장에, 욕구적 부분은 간에 자리한다. 특기할 사항은 갈레노스가 이처럼 ‘갱신된’ 영혼삼분설을 해부학적 관찰과 실험을 통해 증명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신경의 원천이 뇌라는 해부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영혼의 지휘부가 위치한 신체의 중심 기관을 둘러싼 철학계의 오랜 논쟁에 참여했고,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토아의 심주설(心主說)에 반대하여 플라톤의 뇌주설(腦主說)을 옹호했다. 본 연구에서는 갈레노스의 옹호 전략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의 전제와 한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갈레노스가 플라톤 철학을 신체와 영혼의 건강을 증진하고 병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한에서 수용했음을 보일 것이다. 이런 의학적 관심에서 플라톤의 이론 철학 가운데 사변적 쟁점들은 갈레노스의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이런 식으로 갈레노스에게 플라톤 수용은 ‘의학적 플라톤주의’로 귀결되었고, 이것은 다시금 사변적 이론 없는 과학적, 실용적, 실천적 플라톤주의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