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퀴어-장애의 교차적 관점에서 1960∼70년대 한국 영화 〈이생명 다하도록〉, 〈충녀〉, 〈밀월〉의 남성 ‘성불구’ 재현을 분석했다. ‘성불구’와 같은 장애화된 섹슈얼리티의 등장이 한국 남성성의 주변부적 특징을 드러낸다고 보고, 그것이 냉전기 정상성 정치와 성·재생산 통제의 생명정치에 연루되어 있음을 밝혔다.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성 ‘성불구’ 의 문화적 재현이 등장하게 된 주요 배경은 냉전기의 성 정치 변동이다. 이데올로기적 정상성을 구축했던 냉전 정치가 이원젠더-이성애 정상성을 주조한 젠더 정치와 상호구성되는 과정에서 ‘정상적’ 신체/섹슈얼리티 규범이 탄생했다. 이러한 정상 신체 규범의 강화는 서구와 아시아에서 폭넓게 확인된다. 하지만 그 양상이 모두 같았던 것은 아니다. 장애화된 남성 섹슈얼리티의 등장은 냉전의 최전선이자 ‘주변부’인 한국에서 남성성의 위기와 주변성을 드러낸다. 전쟁으로 육체적 손상을 입은 상이군인, 가족계획사업으로 부계혈연주의적 생식 관념이 도전받게 된 남성 가부장, 이성애 규범을 위반한 결혼제도 밖의 퀴어들은 새로 짜인 성·재생산 매트릭스에서 ‘성불구’의 신체로 재현되었다. 둘째, 연구에서 분석한 영화들에서 ‘비정상’적이고 병리적인 존재로 간주한 ‘성불구자’가 ‘정상성’을 획득하는 방식은 각기 달랐다. ‘숭고한 피해자’이지만 ‘정상성’에서 일탈한 존재로 비추어졌던 상이군인의 성적 욕망은 신체 손상과 함께 사라진 것으로 간주되었고 사회적인 욕망으로 순치되었다. 가족계획사업 추진 이후 남성의 이성애적 욕망과 쾌락은 옹호되고 부추겨졌지만, 양질의 인구생산을 위해 생식능력은 제어되었다. 이에 반해, 가족제도 밖의 동성애적 욕망은 아예 차단되고 단죄되었다. 요컨대, 냉전기 남성 섹슈얼리티 규범은 성적 쾌락과 생식능력을 무조건 옹호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때로 다른 욕망으로 회유되거나 적절히 조절되거나, 또는 단죄되어야 했던 위계화된 생명정치의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