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능지수 70의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굴삭기의 구입자금으로 대출을 받은 대출계약에 대해 무효를 주장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체결한 계약임을 이유로 무효를 인정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이렇게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다르게 될 정도로 이 사건이 문제가 된 이유는 그동안 판례가 의사능력 유무를 구체적인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사람의 지능지수 중심으로만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종래 판례에서 의사무능력 상태의 계약으로 무효라고 본 사건들은 아예 의사능력이 결여되어 있던 상태였거나, 근저당권 설정 등 일반인 누구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거래였기 때문에 지능지수 중심으로만 해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대출 사건이므로 과연 어느 정도 기준이 되어야 의사능력이 없다고 볼 수 있는지 명확하게 획정하기 어려우며, 그 때문에 각 심급별로 의사능력 유무를 달리 판단한 것이다.
지금까지 통설 및 판례는 의사능력을 당사자의 속성으로 이해하고, 권리능력이나 행위능력과 마찬가지로 의사능력의 ‘능력’에 방점을 찍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 의사능력이 문제되는 경우는 그 사람 자체의 속성보다는 법률행위의 일반적 성립요건인 의사표시에서 문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의사능력의 상대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데, 즉 의사능력의 존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법률행위의 종류,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때의 개별 사정 등을 중심으로 의사능력을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무능력을 가져오는 원인에 착안해야 하는데, 어떤 법률행위를 한 것이 정신상의 장애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면 의사무능력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이 단지 장애뿐만 아니라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여 의사능력 유무를 판단한 부분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