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이하 생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위 정당한 사유를 구성요건 요소라고 평가하면서도 그 입증에 대하여는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소명자료 제시를 요구하고 검사가 그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구성요건 해당성이 입증되면 위법성과 책임은 사실상 추정되므로 피고인이 반증을 제시한 경우에만 검사에게 본증 책임이 발동한다는 통설의 논리의 틀을 그대로 정당한 사유 입증에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소극적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통설과 같이 입증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논리를 법적 근거도 없이 해석론에 의해 도출할 수는 없다. 더욱이 판례의 논리대로 가면 소명과 반증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구성요건 해당성 입증이 위법성 입증보다 더 쉬워지는 기이한 결과가 발생하고 만다.
필자는 위법성과 책임과 관련하여서도 피고인에게는 이를 조각시키는 구체적 사유를 주장하여 쟁점을 형성할 책임만 부여할 뿐 반증을 제시할 책임을 부여하여서는 아니되므로, 구성요건 요소인 정당한 사유와 관련하여서는 더더욱 피고인에게는 구체적 사유를 주장하여 쟁점을 형성할 책임만 부여할 뿐 소명자료를 제시할 책임을 부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정당한 사유 없음이 위법성 조각사유가 아닌 구성요건 배제사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주장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소집에 불응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물어 정당한 사유 유무의 주장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입증대상이 소극적 사실인 경우 검사에게 주는 입증상의 배려는 입증책임이 현실화되는 상황과 입증하여야 할 범위의 한정이지 입증 방법에서의 특혜나 입증 정도의 완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