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연구가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아직까지 불교의 노인 이해 및 부양원칙과 실제가 어떠하였는가를 다룬 연구는 드물다. 동아시아 대승불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종(禪宗)의 경우, 깨달음이 곧 생사의 원리를 아는 것이기에 선승(禪僧)은 스스로의 입적(入寂)을 예언하고 임종 전까지 맑은 정신으로 제자를 가르친다는 이미지가 있다. 때문에 우리는 많은 노승들이 여느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육체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초기 경전을 보면, 부처가 아프거나 노쇠한 승려를 항상 돌봐야 한다고 강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최근의 연구 성과 덕분에 점차 알려지고 있지만, 그 이후 불교사에서 노승의 부양 이념과 실제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본 연구는 동아시아 대승불교(특히 선종)의 고유한 부양 및 임종시설의 기원 및 전개 양상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7세기, 중국 남산율종(南山律宗)의 거장 도선(道宣, 596~667)은 처음으로 임종시설인 무상원(無常院)을 기록하였다. 이는 동아시아 정토사상에서 불자의 죽음을 준비하는 표준을 만드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다만 도선은 노승의 임종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신앙체계를 열었으며, 그 이전 단계인 노쇠의 문제에는 소홀하였다. 이 문제는 도선 이후에 발전한 선종에서 다루어진다. 선종은 승가의 모든 것을 청규(淸規)로 바로잡았는데, 청규에는 노승에 대한 시설도 등장하며 그 중 연수당(延壽堂)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단, 연수당은 엄밀히 말해 노승뿐 아니라 병에 걸린 모든 승려가 치료받을 수 있었고 건강을 회복하면 떠나야 했기에 양로시설로 보기에는 힘들다. 그 외에 퇴직한 중직승(重職僧)을 위해서는 전자료(前資寮)를, 일반 노승을 위해서는 몽당(蒙堂)이라는 시설을 마련하였다. 본 논문은 당대(唐代) 이후 한⋅중⋅일 역사서에 나타나는 이 같은 시설들의 기능, 목적, 변형과정을 분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