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조선 여성의 죽음에 관한 서사를 가족감정의 맥락에서 고찰하고, 이를 통해 죽음의 문제를 ‘서로 돌봄’이라는 관계적 윤리 실천과 연결지어 논의한다. 죽음을 한 개인실존의 차원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겪고 경험하는 공동체적 사건임을 상기하는 속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서로 돌봄’이라는 윤리적 실천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논문에서는 조선 후기 여성, 풍양 조씨가 지은 『자기록』의 죽음 서사에 주목한다. 『자기록』에서 죽음 사건이 다뤄지는 방식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가족감정을 고찰함으로써 죽음의 문제를 구체적 삶의 맥락과 경험 안에서 생각해본다.
가족구성원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유교적 가족 감정을 ‘서로 돌봄’의 차원에서 논의함으로써 의미 있는 죽음, 좋은 죽음을 위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자기록』이 보여주는 죽음 사건을 둘러싼 ‘서로 돌봄’의 가족감정을 통해 유학과 여성주의 돌봄 윤리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떠올려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