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선박의 무해통항권은 국제법상 확립된 규범이지만, 군함의 무해통항권에 관해서는 관련 협약에서 그 허용 여부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국가실행도 이를 반영하듯 다수의 국가들이 군함의 무해통항권을 부인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외국 군함의 무단 영해 통항을 둘러싸고 기국과 연안국 간 다수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해양법의 법전화 과정에서 해양국가들과 연안국가들 간에 타협과 절충의 실패로 현재의 모호한 협약 규정으로 남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갈등 현상을 방치할 경우 자칫 커다란 국제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사실 군함은 국가정책을 군사적으로 구현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선의 통항과는 다른 시각에서 그 움직임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즉, 군함은 국가를 대표하는 해상 무장체계이므로 그 이동과 활동에 대하여 이해 당사국의 관심과 감시를 수반하게 된다. 그러한 차원에서 다수의 연안국들이 자국의 주권영역인 영해를 통과하는 외국 군함에 대해 사전승인이나 사전통보와 같은 일정한 사전 통항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외국 군함이 이러한 국가들의 영해를 무단으로 통과하거나 정보수집과 같은 군사활동을 수행한다면 해당 연안국은 영해주권 침해를 이유로 그 통항을 거부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자위에 의한 강력한 대응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외국 군함의 무단 영해 활동은 안보적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에 다수의 연안국들이 통항 전 사전승인이나 사전통보와 같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를 요구해 왔지만,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립과 반목으로 인해 모두가 인정하는 법규범을 정립할 수 없었다.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해양국가들의 영해 내 통항 활동, 특히 해상 정보수집 행위와 같이 연안국에 자극적인 일련의 행동이 자칫 고강도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인데, 그와 관련하여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