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나치시대 법을 왜곡한 주역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Heinrich Lange의 생애와 사상을 논구한 것이다. 그는 나치하에서 국수주의적 왜곡된 관점에서 구축한 토지와 피의 이데올로기(“Blut und Boden”–Ideologie)로 대변되는 목적주의적 법사상을 가졌다. 이러한 목적주의적 사상은 법적 안정성을 우선하여 실질적인 정의에 부합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즉, 랑에는 이러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에 일조한 것이다.
랑에는 상속법 교과서 등 여러 저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학문적으로 상당한 업적을 남긴 학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법을 정치 운동의 일환으로 이해하면서 나치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앞장섰고, 철저히 법을 왜곡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후에 그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회변화에 따른 형식적인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자신의 핵심적인 주장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였다. 랑에에 대한 판단은 이러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그가 주장했던 인종차별 개념이나 민법의 집단화, 입법 대체자로서 법원에 의한 법 발견 등 전후에도 나치의 잔재로 남아 있는 것들은 청산되어야 할 대표적인 대상이다.
많은 연구가 행해지고 있는 독일의 과거청산 작업은 36년간 일본 제국주의 식민 통치로 고통받았던 우리에게도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처럼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관련한 과거청산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문화계나 학계 등 모든 영역에서 철저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이러한 과거청산의 당위성은 반성이 없었던 랑에의 태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