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시기에는 이전의 나의 모습과 현재의 나의 모습의 불일치뿐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의 불일치가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노년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떠올리는 시기이고, 따라서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노년의 고유하고 본질적인 가치를 ‘이야기 정체성’, 혹은 ‘서사적 정체성’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를 통해서 만들어 가는 존재이고 더 나아가 우리의 자아는 이야기하기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야기-말하기는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이다. 서사적 정체성은 나이듦을 단순히 일련의 변화 혹은 사건이 아니라 전체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로 이해하게 한다. 즉 나이듦이나 노년의 삶을 우리가 겪는 고통이 아니라, 자기 형성과 자기 해석의 창조적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 쇠락을 경험하지만 이러한 자기 해석에 있어서는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노년은 그저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관점의 진보 혹은 변화이다. 수명이라는 수적 관점에서 보면 출생부터 죽음 사이의 수명은 일정하지만, 그리고 노년을 향해 갈수록 삶이 변화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지만,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진보나 변화를 통해 우리 삶을 새로운 이야기로 엮어낼 해석의 여지는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