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지금까지 문학사에서 연구된 바 없던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인 김징의 시집 『감지당집』을 발굴하고 처음으로 학계에 소개한 것이다. 그리하여 제2장에서는 김징의 생애와 문학 활동을 살피는 기초 작업을 수행하였다. 김징은 20대 후반에 벼슬살이를 시작한 후 평생토록 청요직을 두루 역임하며 국가의 중대사를 처리한 정치가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명문가의 일원으로서 비교적 안온하고 평탄한 삶을 살았던 김징에게 유일한 시련은 수많은 정적들과의 갈등과 그로 인해 끊임없이 조정에서 진퇴를 거듭해야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김징의 저술로는 그의 4대손 김종후-김종수 형제가 편찬․간행한 『청풍세고』의 산문만이 유일하게 전해져 왔는데, 해당 작품들에서는 크게 정치가적 면모, 학자적 면모, 가장으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시집 『감지당집』의 특징과 그 문헌적 가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정치가로서만 알려져 왔던 김징을 시인으로서 조망할 수 있는 문헌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인정된다. 『감지당집』의 제2책인 「화도시」는 1669년 봄, 김징이 잠시 조정을 떠나있던 한 달 남짓의 기간에 창작되었고, 제1책에 실린 시들의 창작 시기는 비정할 수 없지만 수록 작품의 내용을 종합해보건대 대체로 생애 중년 혹은 만년에 역시 조정에서 떠나있던 시기에 지은 작품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편찬자로는 『청풍세고』를 편찬·간행한 김종후-김종수 형제일 가능성이 높고, 시집 『감지당집』은 이들 형제가 절친하게 교유하였던 김이곤-김이복 형제를 거쳐 김이복의 외손자인 이조승에게 전해지고 최종적으로 이조승과 인척 관계였던 김정희가 소유하게 되었다.
수록 작품은 어떤 집단이나 사회 안에서 조망되는 김징의 공적 면모보다는 지극히 소소한 일상에서의 한 개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요컨대 시집 『감지당집』에는 한평생 정치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유력한 정치가, 학문에 전심하였던 성리학자의 면모보다는 일상에서의 소소한 모습들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이 담박하고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