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에서는 2008년 부동산 거품 붕괴와 거대 부실채권으로 인해 파산지경에 이른 스페인의 금융정책과 경기부양책에 대한 비판이 전 편에 걸쳐서 이어진다. 강도들이 중앙은행과 조폐국을 습격장소로 지목한 것은 스페인 금융위기를 야기시킨 정부과 금융 당국자들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등장인물 간의 갈등과 충돌 등 내부의 크고 작은 저항의 일면을 들뢰즈의 탈영토화의 개념으로 해석해보고자 한다. 들뢰즈는 국가 장치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주변부에 위치한 소수자들을 유목적 주체로 보고, 개인의 주체 해체와 본질적인 것의 소멸 및 주변부 타자들의 부상을 중심으로 공식 문화가 지닌 획일적인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16~17세기의 피카레스크 소설을 비롯해서 오늘날의 탐정소설 노벨라 네그라에 이르기까지 반 영웅주의 소설의 계보를 잇고 있는 소수계층의 반 영웅적 인물을 중심 캐릭터로 등장시킨 〈종이의 집〉에서 논리에 지배당하지 않고 미학적이고 도덕적인 모든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사유의 실제작용을 표현하고자 기존 미술 세계와 당시의 사회 체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 섰던 달리의 초현실주의적 시각이 탈영토화 개념과 맞닿아있음을 확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