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연극 〈아따왈빠 죽음에 대한 비극〉을 통해 ‘정복’에 대한 안데스 인들의 집단 기억을 살펴보고자 한다. 안데스 인들은 식민 초기부터 잉카 왕들의 죽음과 관련된 연극을 공연해왔으며, 그런 극을 통해 역사를 변형하고 신화화해서 궁극적으로는 안데스 메시아사상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아따왈빠 죽음에 대한 비극〉은 ‘정복’을 암시하는 꿈과 징조로 시작해, 문자와 종이로 대표되는 ‘정복기’의 문화적 혼란, 아따왈빠의 참수에 따른 고통과 불행의 시작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스페인 왕이 정복자 삐사로를 처형하는 비역사적인 면모를 첨가함으로써 안데스 메시아 신앙으로 나아가는 중간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다른 여러 신화와 전설, 민담도 아울러 품어내는 모습은 그 연극이 안데스인 집단의식을 종합해서 담고 있는 한 결정체임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