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5년 건설된 페루의 수도 리마는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식민지배 거점으로 성장하며 도시 구조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약 400여 년간 식민 도시의 성격을 유지해왔다. 19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식민 도시로서의 특징을 큰 변화 없이 유지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경에 이르면 리마의 식민 도시 공간은 증가하는 인구와 산적한 도시 문제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의 목적은 19세기 중반 이후 리마가 어떻게 식민 도시에서 근대 도시로 전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식민 도시 리마의 도시 공간은 식민지배 권력과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식민 행정의 편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물리적으로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할 목적으로 건설된 리마 성벽이 중요한 경계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18세기 중반 경에 이르면, 도시 내 인구 성장에 따른 인구 밀도 증가, 성벽 내 주거 공간의 부족과 주거 공간 내 인구 밀집 문제, 각종 도시 문제 등이 심각하게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식민 도시에서 외부 공격으로부터의 방어와 도시의 물리적 경계를 결정지었던 리마 성벽은 18세기 중반 이후 도시 문제를 발생시키는 온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1869~1872년 사이 실현된 리마 성벽 철거는 리마가 식민 도시에서 근대 도시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리마의 도시 공간은 식민 권력과 종교적 권력의 재현 공간에서 국가의 근대적 통치성이 발현되는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근대 도시로의 전환은 1879년 발발한 태평양 전쟁으로 중지되게 되었다. 하지만 1850~1870년대 사이 리마의 근대 도시로의 전환은 도시 근대화의 중요한 초석을 세웠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