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일제강점기 고종·순종 관련 일기자료를 수집 및 정리하고, 그것들의 현황과 특징을 개괄적으로 파악하여 후속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자료는 이왕직이 업무를 시작한 1911년 2월 1일부터 조선의 마지막 왕이자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 승하 이후인 1928년 6월 4일까지,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고종과 순종의 삶을 연구하기 위한 기초자료인 셈이다. 현재는 디지털장서각(http://jsg.aks.ac.kr)에서 원문보기와 PDF로 제공되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대체로 한 달 분량을 1책으로, 18년간 총 193책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일기자료는 장서각에서 1971년 1월부터 1972년 5월 사이에 대대적인 왕실도서의 분류와 정리작업을 진행하면서 서지정보의 오류와 통일된 형식의 미비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에 필자는 일기자료의 오류를 바로잡아 서지정보와 내용을 재정리하여 후속 연구의 바탕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들 자료는 이왕직의 통제에 있던 찬시와 내인이 기록하였는데, 기록양식과 내용은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기침과 취침, 수라, 진료, 탕약 복용, 방문객의 문안과 알현, 왕세자 이은과의 연락, 진헌된 서적과 물품 및 하사품 목록, 왕실 사당과 능묘 봉심, 출궁 등이 간략하면서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순종의 경우는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대변보는 시간까지 적어놓았다.
이처럼 장서각에 보관된 일제강점기 고종·순종 관련 일기자료는 고종과 순종을 비롯한 왕실의 일상이 아주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일제가 고종과 순종을 비롯한 왕실의 일상과 동정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감시일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1910~1920년대 덕수궁과 창덕궁에서 생활했던 고종과 순종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미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