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외교부 공개 문서 가운데 DB 작업을 마친 158점을 대상으로, 외교문서에 등장하는 민단의 활동내역을 확인하여 정부가 민단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확인해 보고자 한 것이다.
외교문서 가운데 민단의 역할에 관해 가장 특징적으로 기술된 것은 총련의 대극점으로서 활동을 할 때였다. 민단의 탄생 경위도 그러하거니와 한국 국내 사정과는 달리 총련과 맞닿아 있는 입장에서, 민단은 총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민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민단은 자발적으로, 혹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민단과 대척점에 섰다. 일본측 인사도 민단을 조총련의 세력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민단의 세력의 증대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민단의 활약에 대해 민단과 관련된 인사들이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러나 민단강화회의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민단이 줄기차게 요구하던 각종 요구사항들은 무시되거나 애초에 크게 다루어지질 않았다. 이는 정부가 총련의 대극점으로서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정부의 이 같은 대민단 인식이 결국에는 기민정책이라는 불행한 종말을 맞이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