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대전』에 대한 논의는 1905년 일본에서 발간된 『불교성전』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2002년에 알려진 이래 급변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그 구성에 있어서 상대적 독자성이 그래도 확인된다는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불교성전』은 정토문의 입장에서 구성된 것이고 『불교대전』은 성도문의 입장에서 구성된 것으로 본다면 그 독자성의 논의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하겠다. 본 논문은 『불교성전』을 참조하면서, 필자가 총인용문 또는 서문이라고 부르는 『무량청정평등각경』 출전의 인용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또 범례(凡例)에 나오는 “독자집판(獨自執辦)”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를 인용문의 원문을 검토함으로써 답하고자 하였다. 첫 질문의 답변은 정토경전의 인용이 만해가 타력문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불교성전』의 『무량수경』 인용문을 『무량청정평등각경』으로 변경한 것은 주관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강자가 약자를 침탈하지 않아야 한다는 평화의 정신에 기초하여 제국주의에 대한 나름의 소박한 저항을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몇몇 인용문의 경우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았다는 뜻의 “독자집판”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조력자의 존재가 유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불교대전』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이 아님을 또한 강조하였다. 시간상, 업무상의 제약에 따른 것이고 또 만해와 관련된 학인이나 불자들의 열망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읽기”라는 말을 썼는데 이는 한문 원문 대조 작업의 의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 전에 끝났어야 할 일인데 이에 기반한 ‘읽기’는 아직 초보 단계에 있다. 『불교대전』이나 『불교성전』이나 한문 원문을 공통으로 하고 있으므로 원전 대조 작업은 의외의 성과를 낳을 수 있다. 원전 대조에 기초한 『불교대전』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