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정 국제사법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을 대폭 정비하였다.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총칙 규정을 신설함과 동시에 채권, 지식재산권, 친족·상속, 해상 등 여러 유형별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각칙 규정도 함께 도입하였다. 이로써 종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 규정 등을 기초로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 실무는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해상사건에 관하여 도입된 제89조부터 제93조까지 5개의 조문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비송의 성질을 가지는 선박소유자등의 책임제한사건에 관하여 최초로 국제재판관할 규정을 도입하였을 뿐만 아니라(법 제89조), 선박이 압류/가압류된 곳에 근거하여 해상소송사건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이른바 선박가압류관할(forum arresti)을 전면적으로 도입하였기 때문이다(법 제90조). 또한, 부당이득의 실질을 가지는 공동해손, 불법행위의 실질을 가지는 선박충돌, 사무관리의 실질을 가지는 해난구조처럼 특수한 해상영역에 관한 국제재판관할 연결점도 함께 제시하였다(법 제91, 92, 93조).
특히, 선박가압류관할의 도입은 우리나라의 국제해상사건의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가압류가 이미 이루어진 곳에서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분쟁해결의 실효성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그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이와 같은 제도의 도입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이는 기본적으로 영미법상 대물소송에 기초한 제도이므로 그와 같은 체계를 두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를 전면적인 관할의 근거로 삼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가령, 피보전권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선박을 가압류한 경우에도 그 가압류에 터 잡아 본안소송에 대한 관할권을 무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와 같은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개정 국제사법 제2조에 따른 실질적 관련성 등을 이유로 가압류관할의 효력을 제한하거나, 새롭게 도입된 불편한 법정지의 원칙(forum non convenience), 즉, 개정 국제사법 제12조에 따라 우리나라 법원 스스로 재판관할권을 불행사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부당이득이나 사무관리에 관한 관할규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실질을 가지는 공동해손이나 해난구조에 관한 관할규정이 도입된 것은 더욱 고무적이다. 불법행위의 실질을 가지는 선박충돌에 관한 관할 규정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일반에 관한 개정 국제사법 제44조도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새롭게 정비된 해상사건에 관한 새로운 국제재판관할 규정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무가 확립되어, 많은 이해관계인들의 분쟁이 보다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상태에서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