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昌蘭好緣錄〉·〈玉蘭奇緣〉 連作에 형상화된 하층 여성인물의 서사 방식을 비교하고 〈옥난기연〉에서의 인물 형상 확장과 그 서술적 효과를 논의한 글이다. 〈창란호연록〉에서 속편 〈옥난기연〉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하층 여성인물의 양상은 더욱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하층 여성인물이 형상화되는 방식에서 유사한 역할이 연속적으로 반복된다. 특히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의 역할이 반복되는데, 같은 인물이 전편과 속편에 연속하여 등장하는 경우도 있으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전편의 인물과 동일한 역할을 부여받는 경우도 많다. 여러 고전대하소설에서는 앞서 언급한 하층 여성인물과 유사한 역할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창란호연록〉에서 〈옥난기연〉으로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하층 여성인물의 비중이 확연히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현상은 결론적으로 〈옥난기연〉이 가지는 속편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편에 등장하는 인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을 속편의 중심인물로 삼아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자칫 불러올 수 있는 단조로움을 역할의 확장과 변화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자의 서술 의도에서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하층 여성인물이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상층 인물의 수와 역할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하층민은 다르다. 하층민은 등장의 배경을 서술하는 것이 불필요하고, 이에 따라 자유롭게 인물과 배경을 확장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의 특징은 전편에 비해 속편인 〈옥난기연〉에서 ‘다채로운 형상’의 하층 여성인물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옥난기연〉에서는 본인의 이익의 수혜가 행위의 기인이 되는 하층 여성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상층 여성인물을 모해하는 하층 여성인물로 등장하며 ‘애정의 추구’가 행위의 목적이 되는 인물이다.
또한 양가적 형상화를 보이는 하층 여성인물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양가적 형상화는 〈옥난기연〉의 소앵, 홍랑 등에게 나타난다. 이들은 주동인물의 조력자에서 반동인물의 조력자로 변화하기도 하고 하층 여성이면서도 상층 여성의 형상과 유사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창란호연록〉 연작은 서술자의 다양성의 가치를 담은 작품이며, 독자는 다채로운 하층 여성인물의 형상을 통해 새로움을 느끼고, 또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하층 여성인물이 가진 여러 방면의 새로움은 신분의 한계에서 벗어난 서사의 새로움을 독자에게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