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마을공동체와 시설이라는 공간적 재현 및 지식으로 오롯이 환원될 수 없는 음성 나환자촌의 공간성을 주로 1950년대와 1960년대 아카이브를 통해 연구하는 과정에 대해 논한다. 특히 음성나환자촌 분석의 시작점에서부터 드러나는 마을과 시설의 재현 사이 잔여(residue)에 주목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연구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잔여적 감정과 관계, 세계에 집중하는 유감/수치의 정동을 감각하고 체현하는 ‘볼 빨간 연구자’를 제안한다. 그럼으로써 이 ‘볼 빨간 연구자’가 노이즈적 아카이브와 더불어 음성나환자촌의 공간성을 탐구해 가는 과정이 어떻게 한국의 집단수용시설 공간 연구를 해체적으로 확장해 갈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지 논한다. 이를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첫째, 나는 유감/수치의 정동이 기존 사회과학과 사회운동 영역에서 개인적 차원의 순간적인 감정일 뿐 아니라 세계에 끊임없이 닿고자 하는 흥미와 관심의 신체적 반응/표현으로 논의되어 왔음을 분석한다. 이 연장선상에서 나는 근대적 개인 단위의 연구자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담지한 연구자로 ‘볼 빨간 연구자’를 제안한다. 둘째, 기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아카이브 방법론에서 ‘노이즈’를 중심으로 한 방법론적 전환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아카이브를 이미 하나의 의미로 재현이 완료되고 고정된 과거가 아닌, 기표와 기의 사이 지속적으로 미끄러지는 오어법(catachresis)하에 서 파생되는 찰나적 상태로 제안한다. 셋째, 나의 박사학위논문 연구 계획과 현장연구에서 마주한 다층적인 유감/수치의 순간들이 어떻게 마을과 시설 사이 음성나환자촌의 공간성을 탐구해 나갈 추진력으로 작동하였는지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