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채식 운동의 한 형태로 등장한 채식지도 만들기에 주목해서 채식지도와 지리적 상상력의 관계를 관계적·물리적·재현적 차원의 장소성이란 틀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제작된 채식지도 여섯 종을 선정하고 해당 지도를 만든 사람들 아홉 명을 연구 참여자로 섭외하여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채식지도에 기입된 정보와 메시지, 물성과 함께 지도를 공유하는 SNS나 홈페이지의 게시물과 댓글 등의 자료도 수집하여 분석했다. 연구결과, 채식 운동 참여자들은 채식지도를 협력하며 유대감을 느끼는 관계의 장소로, 채식의 개념과 가치를 노출하고 전시하는 물리적 장소로,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지리적 상상력을 표상하는 재현적 장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채식지도가 단순히 채식음식점을 표기하는 지도의 기능을 넘어 참여자들의 지리적 상상력을 상호 구성하는 하나의 대안적 장소로 역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