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강력한 군사주의를 바탕으로 국민 개병제를 실시하였으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과 같은 전쟁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였다. 병역기피와 탈영은 매국 행위이자 남자답지 못한 일로 여겨졌으며, 재판을 받고 처벌받아야 하는 죄에 해당했다. 하지만 195~60년대 병역기피나 탈영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으며, 이들은 군 당국을 피해 ‘도주권’에서 살아가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종교적 병역거부를 제외하고는 병역기피나 탈영의 담론 아래 논의되어 온 결과, 병역기피와 거부 사이의 사이공간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 본고는 1970년대 송영 소설을 통해 이 사이공간과 ‘도주권’의 양상을 살펴보았으며, 이를 군인 되(지 않)기의 개념을 통해 역사화하였다.
소설가 송영은 1963년 대학 졸업 직후 해병대에 자원입대했으나 바로 탈영하여 1969년에 체포될 때까지 24~30세 동안 도망생활을 했다. 그의 소설은 군인 되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잡음과 불온한 자로 형상화된 ‘비군인’의 위치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송영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군 교도소는 군대와 사회, 군대와 교도소 사이의 사이공간으로 군대의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이며, 송영은 여기서 불화하는 인간들에 주목한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왜 탈영했는지 그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이라고 말함으로써 병역기피와 거부 사이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베트남 전쟁에서 문제를 일으켜 수감된 훌륭한 군인들을 통해 전쟁과 폭력의 의미를 재진단하며, 군인 되기는 곧 군인 되지 않기를 포함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구성적 외부인 병역기피자의 형상을 문학적으로 점검해보고, 병역거부와 기피 사이의 공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