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중반 ‘취미·실익’을 내세우며 창간한 대중잡지 『별건곤(別乾坤)』은 당시 독자들에게 두루 읽히기 위해 대중성 확장에 주력하였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건곤』이 시도했던 다양한 매체 전략 중 하나로 ‘표지화(表紙畵)’에 나타난 시각적 이미지의 대중성을 들 수 있다. 본 연구는 『별건곤』의 표지화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표지화에 나타난 시각적 이미지의 특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별건곤』의 가격 변화를 기준으로 하여 ‘50전 시기’, ‘5전 시기’, ‘10전 시기’로 발행 시기를 나누고, 시기별 표지화의 특성을 검토하였다.
‘50전 시기’의 표지화는 소재와 구현된 이미지의 지향성에 따라 조선의 전통적 문물을 드러내는 ‘전통’ 지향의 이미지, 조선 민중의 각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계몽’ 지향의 이미지, 그리고 서양의 외래 문물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서양’ 지향의 이미지로 3분화 할 수 있었다. ‘전통’ 지향의 이미지는 주로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표현되었고, ‘계몽’ 지향의 이미지는 조선 민족을 상징하는 ‘호랑이’, 새 시작을 상징하는 ‘닭’의 동물 소재로 표현되었다. ‘서양’ 지향의 이미지는 ‘요트’나 ‘보트’와 같은 서양의 레져 문화와 관련된 소재로 표현하였다.
‘5전 시기’에서는 표현 양식이 ‘그림’에서 ‘사진’으로 변화하였는데, 이는 『별건곤』이 대중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편집 의도를 전환한 것과 관련된다. 이 시기의 이미지는 앞서 3분화 되어 제시되었던 ‘전통’-‘계몽’-‘서양’ 지향 이미지 중에서 ‘계몽’ 지향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전통’과 ‘서양’ 지향이 양분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 중 ‘서양’ 지향의 이미지는 주로 여성, 동물을 소재로 한 표지화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성적(性的) 대상으로서 여성을 상품화한 표지화에서는 발레, 현대무용, 수영복을 입은 여인을 등장시킴으로써 ‘서양’ 지향과 여성에 대한 성적 환타지를 결합시키고 있었다. ‘전통’ 지향의 이미지는 주로 꽃과 나무와 같은 식물 소재의 표지화에서 나타나며, 이 경우 ‘시조’ 또는 ‘소개글’을 덧붙임으로써 전통성을 강화하였다.
‘10전 시기’는 다시 ‘사진’에서 ‘그림’으로 표현 양식이 바뀌고, 표지화의 제목과 작가가 목차에 표기되는 등 편집진들이 표지화의 독립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 시기 표지화의 특징은 만화풍의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고, 잡지의 기사 내용을 표지화와 연결지음으로써 잡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뚜렷하게 드러난 표지화로 「닭의 역사강화」, 「아~함」, 「모던 금강 만이천봉!」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별건곤』은 표지화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고 당대 최고의 인기잡지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