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는 행정처분의 무효・취소 구별기준으로 중대명백설을 유지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중대명백설이 통설로 소개되고 있으나, 현재의 논의상황을 보면 많은 학설이 중대명백설을 비판하고 있어 이제 중대명백설은 소수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대명백설에 대한 비판은 주로 과세처분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실제로 대법원 판례가 중대명백설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도 과세처분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의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가 사업양도계약을 체결하고 신규 사업자가 지위승계 신고를 하였다가 그 지위승계 신고의 수리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이 제기되는 유형의 사건에서도, 중대명백설과의 관계에서 심도 있게 고찰할 만한 요소들이 잠재하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례는 지위승계 신고의 원인이 된 사업양도계약이 사법상 무효인 경우 그 신고의 수리도 무효라고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중대명백설에 의하여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기존에도 ‘신고가 무효라면 수리행위도 무효이다’라는 취지의 법리가 있기는 하였으나, 지위승계 신고의 복효성 및 신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전혀 없는 사유로 양도계약이 무효가 되기도 하는 구조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논리만으로 지위승계 신고의 무효 문제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위승계 신고 수리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은 과거 행정청과 처분상대방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행정법학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분쟁유형에 해당한다. 이러한 유형에서 수리처분의 무효를 인정하는 판례는 기존의 중대명백설로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는 중대명백설이 현대 행정소송에서 언제나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보기 어려움을 뒷받침한다.
과거에는 처분이 아니라고 여겼던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으로 인정되고, 과거에는 행정법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던 사안이 행정소송에서 다루어지는 등 행정법의 영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면, 지위승계 신고의 무효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중대명백설의 한계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지위승계 신고 수리의 무효 문제를 비롯하여 행정처분의 하자에 관한 다양한 분쟁상황을 유연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세처분에 관하여 일부 대법원 판결이 가능성을 보여주었듯 중대명백설의 예외를 인정하는 길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 나아가 어떤 경우에 그러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이론과 실무가 함께 다듬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