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파 내부에서 전개된 호락논쟁을 통해서 조선유학은 새로운 발전의 단계에 진입하였다. 호론과 낙론은 이 논쟁을 통해 자신들의 철학적 사상적 입장을 더욱 분명하게 정립할 수 있었다. 호론은 율곡의 이기철학과 우암의 춘추의리정신을 연원으로 하여 한수재 권상하에 의해서 창시되었으며, 강문팔학사들의 논쟁에 의해 더욱 크게 발전하였고, 남당 한원진에 의해서 이론적으로 완성된 체계를 형성하였다. 호론의 학풍은 도통론을 중시하고, 절의를 강조하고 강렬한 춘추의리 정신을 지녔으며, 직(直)사상을 공유하며, 분별의 가치를 높이는 특징을 보여준다.
호론에서는 활발한 철학적 사상적 토론을 전개하였고, 그 토론을 기반으로 『주자언론동이고(朱子言論同異攷)』와 같은 조선성리학의 높은 학문적 수준을 보여주는 많은 저술을 하였다. 호론에서 주자학 연구를 통해서 학문적으로 풍부한 성과를 낸 것은 학술적으로 큰 업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자학 이외의 다른 학문 즉 탈주자학적 새로운 학문 경향을 이단시하고 억압하여 새로운 학문의 성장을 저해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였다.
호론의 사상을 대표하는 남당 한원진에 따르면 사람과 동물의 본성은 같지 않고, 이적은 인간과 금수의 중간에 위치한다. 사람과 금수의 본성이 같을 수 없듯이 사람과 이적의 본성도 같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적은 금수에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적이 세운 나라와 역사에 대해서는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남당의 춘추의리적 역사관은 청에 대한 개방적 태도와 교류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호론은 정치적으로 오직 노론의 입장만이 진리라고 여기고 상대 정파인 소론에 대해서는 난신적자의 소인의 당으로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탕평론을 거부하고 정치적 공존을 배척하고 자신의 정파만 올바른 의리를 가지고 있다는 일당독선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적을 적대시하는 호론의 춘추의리 사상은 한말 화서학파 위정척사론의 사상적 배경과 근거가 된다. 호론은 역사적으로 한말 서세동점과 함께 서구문물이 들어오면서 존화양이의 이념적 연장선에서 위정척사론을 적극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사상적 근원으로서 존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