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과거 백년 다산학 연구사를 돌아보며 미래 다산학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기획한 글이다. 다산 정약용은 1930년대 『여유당전서』를 공간한 식민시 시대 지식인들에 의해 호명되었다. 시대의 긴박한 요구에 의해 다산의 학문은 민주와 민권, 경제적 평등, 부국강병의 논리를 내장한 주체적인 개혁안으로 평가받았다. 해방 후 1960-70년대 내재적 발전론의 시야에서도 다산학과 실학은 여전히 서구적 발전경로에 기반한 근대적 학문으로 독해되었다. 2000년 전후 다산의 예학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시작되면서 그의 경세론을 서구근대의 모델이 아닌 유교사회의 내적 흐름에 맞춰 조명하려는 연구경향이 확대되었다. 이른바 예치적 경세론이라고 부를 만한 다산 경세학의 토대로서 예학 분야에 대한 전문연구가 활성화된 것이다. 다산은 국가례, 왕실례, 향례, 사가례 등 일관된 예치적 경세론을 통해 백성이 자발적으로 효제를 구현할 수 있는 덕정(德政)을 지향했으며, 형률과 법제를 예치의 보조 수단으로 간주했다. 이 글에서 주목한 상제・귀신론도 다산의 예치적 경세론을 뒷받침하는 형이상학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기반으로 이 글에서는 미래 다산학 연구의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문헌 고증과 신자료 발굴, 다산학의 전체 성격 규명, 근대 및 동아시아 담론과의 비교 고찰이 그것이다. 이 중 다산학의 성격 규명과 관련된 세부주제를 보면, 다산 학문의 지적 배경을 이룬 중요 학파의 인물과 사상을 유기적으로 검토하는 일, 예치에 기반한 사회운영 논리로 다산 경세학을 재구조화하는 작업, 예치적 경세론의 구도에서 다산의 심성론과 수양론을 새롭게 독해하는 작업 등이 있다. 나아가 이런 포괄적 연구시야에서 볼 때 다산학이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보편적 인문주의 정신과 사회적 공공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일도 요청될 것이다. 이런 엄정한 평가와 재해석이 오늘의 다산학을 살리고 미래로 확장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