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조선시대 남성의 외도, 축첩에 대한 여성들의 대응양상과 특징을 고찰하고 이를 여성주의 입장에서 분석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여성들의 행위 능력이 단지 당대의 젠더규범에 순응하거나 복종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 전복의 의미와 효과를 지님을 드러내고자 한다.
흔히 조선시대 여성의 투기는 남성과 국가가 공모한 은폐된 욕망이 여성을 어떻게 억압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표상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본 논문에서는 이와 동시에 여성들이 보여준 대응방식에 주목함으로써 그것이 내포하는 이중적이고 중첩적인 의미와 그 안에 내재된 전도된 효과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신천 강씨, 송덕봉, 김호연재 등의 언간, 서간, 규훈적 성격을 지닌 자기서사 등의 자료를 통해 논의된다. 여성들이 기술한 미시서사에 주목함으로써 유교 이념이나 제도, 규범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험과 감정, 상황, 맥락을 보다 생생하게 드러내려는 것이다.
이렇게 논의함으로써 남편의 외도와 축첩에 대한 여성의 대응과 반응을 ‘투기’라는 단일한 감정으로 규명할 수 없으며, 매우 복잡하고 중층적인 감정의 결이 있음을 드러낸다. 가부장적 혼인제도에 대한 조선여성들의 대응과 감정이 갖는 불안정하고 불확정적인 지반을 재점검하는 속에서,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차원의 의미와 효과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여성들의 행위 능력이 갖는 잉여와 초과의 지점을 드러내고 나아가 조선유학과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 영역을 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