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리(理)는 ‘이치’나 ‘원리’와 같은 철학적 개념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밭의 경계를 구분한다’ 또는 ‘옥의 결을 다듬는다’는 의미의 동사로 사용되었다. 즉 자연을 해석하고 가공하는 인간의 문화적 행위를 의미하였고, 그런 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접점에 위치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리 개념을 본격적으로 철학화한 인물이 선진(先秦) 시대의 순자이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구분하고 가공하는 행위해서 찾았고, 그것으로 정치와 도덕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순자에 의하면, 성인은 인간관계를 리(理)한 윤리의 제작자이고, 군주는 천지를 리(理)하는 자연의 디자이너이다.
순자철학에서 리는 누구나 학습할 수 있고[可學] 실천할 수 있는[可能]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비록 윤리(倫理)는 성인이 발명하였지만, 누구나 그것을 학습하고 실천하면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후대의 용어로 표현하면 ‘성인가학론(聖人可學論)’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성리학과의 차이는 도덕을 천리(天理)가 아닌 문리(文理)의 영역으로 본다는 점이다. 즉 도덕을 타고난 본성의 자연스런 발현이 아니라 학습이라는 문화적 행위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간주한다.
또한 순자 철학에서 리는 올바른 행위의 척도로 제시되고 있다. 마음이 원하는 바는 리에 맞아야 하고 행동도 예의라는 리에 맞아야 한다. 가령 어떤 주장을 할 때에도 리에 맞아야 하고, 심지어는 기쁘거나 걱정할 때에도 리의 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청한다. 그래서 순자는 “옳음이란 리(理)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순자철학에서 리는 학습의 대상이자 올바름의 기준을 의미하는 철학적 개념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