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학은 앞으로 어떻게 연구되어야 할 것인가? 전통시대의 사회문화적 환경뿐만 아니라 학제적 체제 역시 완전하게 달라진 오늘날 전통학문인 주자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목표이다. 따라서 이 글은 특정한 문제를 논증하는 글이라기보다 오랫동안 고심해온 주자학 연구의 방법론적 문제에 관한 제언이 될 것이다. 이 글은 과거의 주자학과 현재 연구되고 있는 주자학, 미래에 연구되어야 할 주자학의 대략을 그려보는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되었으며 한국에서 연구되던 주자학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과거의 주자학을 순정한 이념의 지향으로, 현재의 주자학을 허구적인 구성체로 파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만일 주자학이 철학과 사상의 영역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면, 비교철학을 통한 실험, 끊임없는 현재적 해석을 위한 번역과 개념의 정립, 그리고 질문하기를 통한 학문적인 정체성 정립함으로써 주자학은 지속적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도는 우리의 당대적 문제의식을 위한 방법으로써 주자학이 작동해야 함을 말해준다. 방법이라는 점에서 각 연구자는 각자의 관심과 문제에 따라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시도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거나 배타적이라기보다 서로를 보완해간다는 점에서, 우리가 걸어가는 그 여러 갈래의 모든 길이 여전히 미완성이며 현재형이라는 사실을 뜻한다. 더욱이 그 길은 나아가 어쩌면 그 모든 길이 유기적이고도 총체적인 모습으로 언젠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 각자의 유학은 신생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컨대, 주자학의 학문적 위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인식론적 틀 안에서 재정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