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본영화에 재현된 전쟁책임과 타자재현의 관련성을 고찰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전중파 감독인 고바야시 마사키의 사회파 작품 『벽 두꺼운 방』, 『검은 강』, 『인간의 조건』을 중심으로 전중파의 전쟁에 대한 가해의 책임이 피해자의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동시대적 상황의 관련성과 함께 고찰했다. 더불어 이러한 전쟁책임에 대한 변화된 인식이 조선인·재일조선인에 대한 재현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고바야시는 그의 첫 사회파 작품인 『벽 두꺼운 방』에서 조선인 전범을 일본에서 제국주의에 함께 저항하고 연대할 동반자적 타자로 정의했다. 그러나 『검은 강』에서 재일조선인을 일본에서의 희망과 가능성을 상실한 존재로, 『인간의 조건』에서는 제국주의의 이중적 피해자라는 입장을 악용하는 교활하고 비겁한 존재로 부정적으로 변용함으로써 타자에 대한 분리와 배제를 정당화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타자에 대한 분리와 배제를 통해 식민지지배의 책임을 회피한 사회파 영화와 전중파 감독의 한계와 모순을 시사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