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20-30년대 제국주의 일본을 거쳐 식민지 조선에 소개된 당시 서구주도의 근대문명이자 글로벌 주류문화였던 기능주의・모더니즘이 식민지 조선의 일상 전반에 끼친 변화에 관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전통적인 가부장제에서 현모양처로서의 수동적・복종적이었던 ‘구여성’에서 벗어나 서구식 근대 교육을 통해 여성 관련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신여성’ 및 (여성) 지식인들 주도로 전개된 가정개량 및 의식주 개선 운동, 특히 재래식 부엌 개량에 초점을 두고 형성된 주거문화 근대화 담론이 여성해방의 측면에서 식민지 조선 여성의 삶에 어떠한 의미 있는 변화를 끼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생활개선・주택개량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기는 3.1운동 이후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제의 문화정치가 실시된 1920년대부터이며, 이 시기에 발행된 신문 및 여성・건축 관련 잡지들을 통해 당시 지식인들에 의해 논의되던 부엌을 포함한 주택개량론은 일반 사회계층・지식인에서부터 박길룡, 박동진 등 1세대 건축가들에 의해 구체화 되기까지 논의 주체에 따라 그 성격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달리했다. 또한, 이 시기는 당시 모더니즘적 기능주의 주도의 세계 건축계 흐름 및 주류 담론들이 일본인 건축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