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이 남긴 귀신서사의 특징적인 국면을 살피고 여기에 드러나는 귀신에 대한 인식을 규명하여 그 심층적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우야담(於于野譚)』에 실린 50여 편의 단편 귀신담과 『묵호고(默好稿)』에 실린 장편 귀신담 「애귀(愛鬼) 이야기」에 주목하였다. 유몽인의 귀신서사는 다양한 귀변(鬼變) 및 물괴(物怪)에 대한 경험을 수용하였으며,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귀신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축귀(逐鬼)의 과정과 축귀 방법을 서사화하였다. 또 저승 체험 등을 바탕으로 사후(死後)세계의 모습과 귀신으로서의 생활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를 통해 귀신의 이치를 고찰하고 귀신과 사후세계의 실존에 관심을 드러내었다. 이 귀신서사들은 이전 시기에 비해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 현실을 반영하였다. 귀신의 발생이나 그에 대한 대응은 인간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사후세계는 이승이라는 인간 생활의 연장선에서 이해되었다. 한편, 유몽인은 원귀(冤鬼) 문제, 공덕(功德)과 응보(應報)의 불일치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표출하였다. 이 귀신서사들은 성리학적 귀신론과는 다르게 귀신을 실체로서 인정하는 귀신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유몽인의 귀신서사는 이전 시기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17세기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며 이후 귀신담의 변화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