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18세기에 저술된 『동패락송』이 20세기 초 『경향신문』에 연재된 의도를 그 선정된 이야기의 번역 경향을 통해 살폈다. 『경향신문』 발간호에는 해당 신문의 발행 목적 네 가지가 적혀 있다. 이 중 세 번째 목적은 ‘요긴한 지식’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요긴한 지식’을 알기 위한 방법으로 다시 세 가지 항목을 두었는데, 바로 ‘론셜’, ‘국법’, ‘리약이’이다. 논설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지식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한 란이고, 국법은 악한 자에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법지식을 알려주는 란이며, 이야기는 전통시대 사적 중 유명한 이야기를 실어 재미와 유익함을 얻기 위해 마련한 란이다. 이들은 사건을 서사로 말하라는 시대의 요청을 대중의 요구로 받아들였고, 신문을 통해 사실 정보와 사건을 이야기로 읽을 수 있게 소설란을 새롭게 만들었다. ‘유명한 이야기를 가려 기재하고, 이전의 갸륵한 행실을 알아 재미를 느껴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주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들은 『동패락송』을 유명한 이야기로 선택하였다. 당시는 현실의 문제를 개인의 힘과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남다른 마음과 힘을 가진 실존 인물이 시대적 혼란을 해결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통해 유대감을 갖고 안정을 찾길 바랐던 것이다. 때문에 『동패락송』의 현실적 이야기들이 다시 소환될 수밖에 없었다. 시대를 초월해 서사 속 선·용력·자비심 등은 이미 대중성이 확보된 제재였다. 『경향신문』은 『동패락송』에서 이와 같은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선별하여 번역했고, 번역 방식 또한 『경향신문』의 발간 취지와 같은 방향이었다. 선하고 갸륵한 행실을 한 인물을 선정하였고, 이 이야기의 해당 주제를 더 강조하고 의미화하는 방향으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향신문』에서 선정된 『동패락송』의 번역은 번역자의 분명한 의도가 반영될 수밖에 없었고, 실제 번역도 일관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선함을 강조하고, 악을 징치하려는 의식, 궁극적으로는 힘을 가진 자가 불선하거나 악한 행위를 한 자를 징계한다는 주제를 통해 도덕과 윤리의 문제를 독자가 판단하게 하였다. 번역자는 이야기의 주제가 독자 개인에게 행위의 규범이 되길 바라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