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전후한 시기, 일본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중적 관심 및 시선이 재편되는 과정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알다시피 이 시기 한국에서는 일본을 향한 정치적, 역사적 관심뿐 아니라, 문화적, 유희적 관심이 전례 없이 표면화되고 확대되었다. 이 글에서는 거기에 주목하여 당대 한국에서 일본을 미적인 상품 이미지, 혹은 기호적 소비의 대상으로 환원하여 감각하는 ‘관(광)객’의 시선이 집단적 체험을 통해 형성되고 재생산된 과정을 살펴보려 한다.
‘관(광)객’에 관한 기존 논의는 이들이 이성적 판단을 결여하고 일시적 감정이나 욕망에 치우쳐 있으며, 그 결과 이국문화의 고유성이나 장소의 본래성을 왜곡 및 원본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셔널한 사고와 트랜스내셔널한 욕망을 넘나드는 그들의 양면적 수행성이 새로이 초점화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극화된 세계를 연결할 공통감각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