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뻬 데 베가는 신화를 소재로 한 최후의 꼬메디아 『사랑에 빠진 아모르』를 통하여 그리스·로마 신화를 연극으로 각색하면서 스페인 17세기 펠리페 4세 시대로 문화 횡단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작가는 고대 신화로부터 퓌톤 살해, 아폴로와 다프네, 쿠피도와 프쉬케의 신화를 차용하여 스페인 바로크 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창조적 다시 쓰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원천 텍스트인 신화가 보여주는 신들의 갈등을 17세기 반종교개혁 시대 스페인의 가톨릭 문화로 변주하였다. 작가는 오만과 시기, 음란과 신성모독의 죄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하고, 결혼과 정절의 가치를 옹호하는 주인공들에게는 해피엔딩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원전을 재해석하였다. 특히 베누스와 디아나가 표상하는 음란과 정절, 불륜과 혼인을 대비시키면서 당시 스페인 사회의 이완된 윤리 의식을 비판하였다. 로뻬 데 베가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라는 이교의 세계를 스페인 17세기 공동체가 수용할 수 있는 가톨릭적 현실로 각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