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2021~22년 영국사 연구 동향을 살펴본다. 양적인 면에서 논문의 수는 좀 많아지고 저서는 꽤 줄어들어 총량에서는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시대별로는 19, 20세기 편중 현상이 없지 않지만 근대 초기 연구가 다소 늘어 얼마간 균형을 맞추었다. 분야별로는 정치・군사・외교사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트랜스내셔널과 인종주의, 젠더 연구가 강세를 보였다. 반대로 사회사, 경제사는 이전과 다름없이 약세고 특히 문화사 연구가 적어진 편이다. 거시적 시각과 미시적 시각 둘 다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질적으로는 분야마다 다양한 주제와 새로운 관점으로 연구의 폭과 깊이를 더했다. 예년과 좀 다른 면모를 몇 가지 꼽자면, 우선 근대 초기 군사사 연구가 추가되고 근대성을 재고하는 정치와 종교의 긴밀한 관계를 부각하는 연구가 수행되어 근대 초기 영국사 연구의 지평을 넓힌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의료사와 젠더사 연구가 확대되어 연구 주제가 더욱 다양화된 것도 고무적이다. 시사성 짙은 이주, 이민, 인종주의 연구가 많아져 분석 범주와 연구 지형이 다각화된 점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후 위기 및 환경 재해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는 ‘인류세 시대’에 관련 연구가 거의 없다는 점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시대적 요청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영국사 연구를 더욱더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