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신문은 근대 한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신문이다. 그러므로 선행연구에서 독립신문의 국제정세 인식과 국제정치관에 대한 연구성과를 축적해왔다. 선행 연구에서 독립신문은 국제사회를 약육강식의 질서로 보면서도, 국제법에 의존하거나 국방력 강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순된 주장을 했던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는 19세기 영미권에서 유행했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독립신문이 수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국제사회가 힘이 아닌 법에 의해 통제되어야한다고 보았다. 19세기에는 아직 국제법대로 재판하고 집행할 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국제여론의 힘에 의존하여 국제법을 실행하려고 했다. 만약 침략국가가 나타나면 국제여론이 침략국가를 제어한다는 구상이 있었다.
독립신문의 국제정치관에는 이러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주장이 거의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독립신문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가 국제법과 국제여론에 의해 통제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독립신문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독립에 대한 위협은 외세의 군사력이 아니라, 국제여론이 한국의 독립을 지지할 것인가의 문제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독립신문은 군사력의 강화보다는 국제여론의 호의를 살 수 있는 문명개화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독립신문의 국제정치관은 논리적으로는 상당히 정합적이었고, 독립신문의 국내개혁론인 문명개화론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