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고는 랑시에르의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장애예술이 제기하는 정치적 주체화 과정에 관해 논의하고자한다. 자크 랑시에르 철학의 핵심적 개념을 구성하는 분할(partage), 몫(part), 불화(dissensus), 미학의 정치 등은 장애예술을 사유하는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런 논의의 지평을 열어주는 기반으로서 우선랑시에르가 제시했던 ‘몫 없는 이들의 몫’ 개념에 대한 탐색적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2021년 9월 18일부터 2022년 1월 30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Crip Time≫ 전시의 다양한 예술적 실천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기서 크립타임(Crip Time)은 ‘시간적 규범성’을 전복시키는 개념으로, 개인마다 다른 삶의 속도를 균질화하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성을 비판한다고 이해할 수있다. 이에 따라 ≪Crip Time≫ 전시에 참여한 41명의 예술가는 장애/질병의 ‘극복’이나 원상태로의 ‘회복’을 결말로 하는 능력주의적 서사에서 벗어나, 시간에 대한 규범적인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장애가 있는 자아’를 자전적 이야기로 표현해낸다. 이는 예술의 실천으로 자신의 정당한몫을 찾아 갖는다는 점에서 랑시에르가 말하는 ‘감성의 재분할’과 맞물린다. 이러한 이론적 자원들을 활용하여 본고는 랑시에르를 통해 장애 예술에 대한 적절한 철학적 묘사 뿐만 아니라 몫이 없는 자로서 그몫을 정당하게 주장하는 상황을 새롭게 통찰할 이론적 시야까지도 탐색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