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장편소설에서 여성인물의 자결 시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결 시도는 한 두 차례에 그칠 뿐이며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옥원재합기연』 연작은 독특한 작품이다. 여주인공 이현영이 여섯 차례나 자결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자결 시도는 여러 연구에서 주목받았으나 그 과정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이현영의 자결 시도는 자결 시도의 계기-자결 시도의 수행-타인에 의한 구조-타인과의 논쟁-자결 시도의 (일시적) 포기로 구성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이현영을 구조하는 등장인물의 형상과 그 인물의 설득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자결 시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현영은 여섯 차례 자결 시도를 거듭하는데, 그녀를 설득하는 인물은 유모, 당(唐) 전기(傳奇) 『유의전』의 용녀, 왕안석, 과부 정씨, 시아버지 소송 등이다. 각자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이현영을 설득하고 있는데, 이는 진정한 열(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열(烈)의 정신성과 육체성 가운데 정신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작품이 향유되던 18세기 남편을 따라 죽는 종사(從死)가 점차 증가하는 경향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