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야담계 단편 소설 〈채생기우(蔡生奇遇)〉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채노인의 풍자적 성격, 채생의 심리적 국면, 여인들의 욕망의 흔적을 고찰한다. 이를 통해 인물 형상화와 욕망을 그려내는 방식이 풍자성을 효과적으로 선취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간 선행 연구는 주로 채노인과 역관 김령의 대결 구도를 주축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였다. 그것은 근대 이행기에 신분 동향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측면을 부각시킴으로써 근대적 사실주의(현실주의) 소설로 나아가는 좌표 속에 해당 작품을 놓고자 하는 의도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이 현재까지 굳어짐으로써 연구에서 배제된 영역들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고 생각된다. 본고는 그 배제된 영역 중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하였다.
먼저 채노인의 성격을 ‘진지함’, ‘근엄함’으로 규정해온 기존 견해와 달리 ‘변덕’과 ‘기억상실’을 축으로 욕망과 체면(이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희극적 전형성을 획득함으로써 몰락 양반 계층이 효과적으로 풍자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다음으로 아들 채생의 시선, 태도, 감정에서 감지되는 환상적 욕망이 아버지의 가르침(이념)과 욕망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고찰한다. 또한 그 욕망의 기적적 성취가 오롯이 중인 역관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아들의 서사는 어리석은 자의 과대망상적 욕망과 횡재의 서사를 그리며 풍자되고 있음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채노인 처, 채생 처, 김령 딸의 욕망의 흔적을 찾아내어 다양한 위치의 여성들이 전통적인 위계 관계나 사회가 기대하는 시선에서 탈출하는 면모를 살핀다.
이로써 본고는 해당 텍스트가 한 집안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망들을 분출시키는 가운데 조선 후기의 몰락 양반 계층을 풍자하여 문학적 성취를 이룩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