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는 제도의 도입 발표 시점부터 사회적 관심을 받으며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음에도, 사회구조적 영향과 역사적 배경이 되는 교육적 흐름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고교학점제는 미래인재양성을 위한 고교교육체제의 대대적인 변화로 평가되지만, 외국의 선택형 교육과정과 다른 형태로 발전되어 한국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학습자 선택형 교육과정 흐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이에 고교학점제에 대한 입체적이고 심도 있는 분석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바이다. 이러한 배경에 기인하여, 본 연구에서 푸코의 통치성 개념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교육부에서 발표한 정책문서로 표현된 고교학점제의 개념과 배경 및 추진 방향을 살펴보면서 고교학점제의 실재를 확인하였다. 연구에서는 푸코의 통치성의 주요 개념을 통해 분석의 준거 틀을 설정하였다. 구조를 파급시키는 권력의 지배기술과 구조 속에 편입되어 권력의 의도에 순응적인 개별 신체를 만들어 가는 자기기술을 의미하는 통치성 개념을 기반으로 고교학점제의 이면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푸코의 개념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의 정치경제학적 문제를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도출하였다. 첫째, ‘중등교육과정의 노동시장 편입 가속화’이다. 선택권을 확장하고 진로탐색기회를 제공하는 고교학점제가 노동의 질서를 조기에 습득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지배기술로 작동하는 기제라는 지적이다. 둘째, ‘학습자의 책임 이데올로기’이다. 고교학점제라는 구조 속 강제된 선택을 자발적·주체적인 선택으로 치환하여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와 그것에 순응해 삶을 경영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으로 가득한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탄생시키는 자기기술에 대한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불평등의 정당화’이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불평등에 휩싸인 선택과 이를 오로지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규정해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정당화할 기제로 작동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