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국가의 대개 입헌민주주의 헌법은, 비슷한 내용들을 담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기본권 보장, 민주주의 제도들을 수립‧유지하는 데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제도들을 규율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헌법이 헌법을 수호하거나 헌법이 구현하려는 민주주의의 수단들을 대개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 비슷비슷하게 규정하고 있을 것인데, 같은 제도를 규율하고 있고 또 그 제도가 어느 한 국가의 헌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목적과 역사적 맥락까지 같을 수는 없다.
따라서 헌법을 해석할 때 제대로, 비교적 정확하게 해석하려면 입법자의 의사를 집요하게 추적해야 할 것이다. 상당히 지루한 작업인데, 이를 포기하면 법률가의 실존적 의무를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헌법에 규정된 정당해산제도가 독일식의 방어적 민주주의의 수용 결과라거나, 정당해산제도가 대표적인 방어적 민주주의의 수단이라는 오해는 이런 입법자의 의사를 추적하려는 작업을 게을리한 데서 – 혹은 의도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정당해산제도의 사상적 기초인 전투적 민주주의가 독일식의 방어적 민주주의와 어떻게 다른지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 포퓰리즘의 득세, 차별과 배제를 심화 시키는 혐오표현, 신냉전질서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민주주의 위협으로부터 민주주의 수호방안으로 전투적 민주주의의 수단이 가능할 수 있을지를 고찰하였다.
결론적으로 한국 헌법의 정당해산제도는 독일식의 방어적 민주주의나 전투적 민주주의의 수용과는 무관하지만, 일응 헌정질서의 수호방안으로 전투적 민주주의를 이해할 때, 한국 헌법에서 전투적 민주주의의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