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문제는 인간과 자연 간의 형이상학적 관계를 묻는 문제이다. 나는 그동안 심신 문제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정신 인과mental causation의 문제를 ‘심신 유명론psychophysical nominalism’이라는 입장으로 해명하였다. 심신 유명론은 물리적인 것에 대한 유명론을 함께 주장하고 있는 만큼 ‘형이상학적 유명론’이라는 보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명칭으로 불릴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유명론의 형이상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확장해 보려고 한다. 나는 이 글에서 유명론이 개별자 존재론의 입장 뿐만 아니라 20세기 이후 서양철학을 포함한 서양 학문 일반에 널리 퍼져 온 ‘언어적 전환linguistic turn’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임을 논하려고 한다. 유명론에서 말하는 언어 범주, 즉 이름 뿐인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를 지닌 것의 총체를 우리는 ‘문화’라고 칭해 왔다. 유명론이 실재론에 대비되는 입장 중 하나이듯이, 그리고 그 때의 ‘실재’의 조건은 정신이나 주관(혹은 주관의 인식)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점과, 문화를 흔히 자연과 대비되는 것으로 본다는 점은 서로 통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언어적 전환’은 ‘문화적 전환’일 수 있다는 점도 살펴보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결국 자연과 세계에 대한 언어적 전환과 문화적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현실 사회에서 흔히 거론하는 ‘인문학의 위기’와는 상관없이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 통찰이 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받아야 하며 인문교육이 보다 더 실용적인 것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는 점을 결론으로 제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