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제액축귀의 풍속으로 인식되는 동지의 팥죽 뿌리기가 신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방식이자, 동지를 쇠는 의례의 한 양식일 수 있음에 대해 살펴봤다.
뿌리기 풍속 등을 살펴본 결과, 다수의 지역에서는 신[잡귀] 대접이란 분명한 목적 하에 팥죽이 뿌려졌고, 부정不淨한 의례의 정점인 상·장례나 축귀 의례의 전형인 푸레박질 등에서는 팥죽이 뿌려지지 않거나 그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또한 팥죽 뿌리기가 벽사辟邪라는 전거典據로 활용되는 『형초세시기』에는 뿌리기가 출현하지 않았으며, 가신家神들이 머무는 집 안팎에 축귀의 팥죽을 뿌리는 것은 가신까지 쫓는 신앙 행위의 모순으로 비춰졌다. 때문에 팥죽 뿌리기의 본래 목적과 기능은 축귀[미신]가 아닐 것으로 추측되며, 오랜 역사를 지닌 팥시루떡 등이 팥죽처럼 팥을 삶아 만들고, 기록상 중세 이전의 팥죽은 팥 삶은 물과 비슷했을 것으로 보여, 팥죽은 고대 한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동지의 팥죽 뿌리기는 고수레처럼 신[조상]에게 제물을 드리는 방식이자, 동지를 쇠는 의례의 한 양식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제액축귀의 풍속은 이후 붉은 색이 잡귀를 쫓는다는 민간신앙과 동지팥죽 진설을 미신으로 여기는 유교 의례의 확산, 그리고 이 풍속을 미신으로 기록한 세시기 등의 영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