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최근 접근성과 경제성을 높이며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는 소비자용 무선 VR기기를 주목하면서 이것이 허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조건, 특히 우리의 지각을 구성하는 방식을 탐구하고자 한다. 개인 신체에 착용된 기기를 통해 가상세계에의 몰입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VR 기술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주변 세계를 보고 듣고 느끼는 방식을 모사하며 우리가 지각하는 현실을 생생하게 3차원적으로 표현하려는 인류의 욕구를 이어간다. 대부분의 미디어 기술 담론이 도구주의적 시각에서 기업 혹은 기술 기획자들이 상상하고 약속하는 기기의 혁신적 기능을 주목하고 그것의 활용 방식이나 효과를 알아보려 했다면, 이 글은 이러한 기기를 부상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의 일원으로 바라보면서 가상 경험의 조건, 특히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이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탐구한다. VR기기의 지각 조건을 살펴보기 위해 이 글은 미디어와 감각의 관계를 다룬 대표적 미디어 생태학자인 매클루언의 이론을 재고한다. TV 시대에 멈춰있는 그의 미디어 이론을 확장해 현재의 몰입형 VR 기술을 이해하고 논의하는 이론적 렌즈로 삼으면서, 몰입형 VR 기술의 감각 조건, 특히 인간의 실존적 배경으로서 지각과 지성의 기반을 이루었던 신체적 촉각의 본질이 재구성되는 방식과 이러한 촉각성의 함의를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