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마이옥의『생계비』가 불확실성과 불안정을 개인 스스로 대면하는 것이 일상이 된 각자도생의 시대적 환경이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미치는 영향, 개인이 취해야 할 윤리적 태도에 대한 작가의 인식적 실천의 결과임을 주장한다. 논문은 근대사회 개인주의화의 이면을 ‘개인화된 위험’으로 규정하고, 개인화 하에서 겪는 불안감을 진단하며 위험을 경험한 개인들의 연대와 실천을 제안하였던 울리히 벡의 개념,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인간에게 의존성은 존재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속성이자 사실이라는 ‘인간 의존의 사실’ 개념을 분석적 틀로 삼고자 한다. 먼저,『생계비』에서 장애라는 소재가 위험사회 논의와 어떤 연결점을 갖는가를 간략히 검토해 본다. 이어서, 에디와 제스의 상황을 개인화된 위험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존과 제스의 관계를 중심으로 돌봄의 행위가 나타내는 의미를 취약성과 의존성의 관점에서 해석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생계비』에서 신체적 불안정은 ‘장애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장애 때문에’ 더욱 설득력 있게 재현되고 있으며, 관객에게 장애인만이 아니라 권리를 박탈당한 모든 이들을 위협하고 있는 억압적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음을 인식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권위주의, 도구적 합리성, 소비주의를 넘어 연대와 다양성 같은 긍정적 요소들의 발현으로의 전환을 위한 실천의 성격을 지닌 작품임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