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조의 재배 역사와 강원도 화전에서의 조 경작과정을 중심으로 식량작물이자 화전 대표작물이었던 조의 위상을 살펴보는 데 있다. 이 연구는 1960-70년대, 강원도, 특히 홍천, 화천, 춘천, 양구 등지를 비롯한 영서지역의 화전에서 이뤄진 조 농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밭농사는 강원도의 농업을 이해하는 핵심이며, 그 가운데 화전(火田)을 빼놓을 수 없다. 화전은 농경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화전 농사에서 가장 널리 재배된 작물이 조였다. 조는 화전뿐만 아니라 생육기간이 90~130일 정도로 짧아 평밭에서도 보리·밀-조·콩·팥으로 이어지는 밭 이모작 작물로 널리 재배되었다. 따라서 조는 한때 강원도에서는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이자 지역주민의 주식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김매기와 수확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조는 점차 식량작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 특히 1970년대에 화전 정리사업이 진행되면서 조의 재배면적도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심지어 최근에는 조는 농업통계에서 ‘기타잡곡’으로 분류될 정도로 존재감이 사라졌다. 이는 조가 고대부터 최근까지 한국인의 식량이자 속맥(粟麥)문화의 한 축이었음에도 조에 관한 유의미한 연구가 없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최근 조는 건강과 미래 작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것이 조와 함께 오랫동안 한국에서 꽃을 피웠던 속맥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