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은 올해로 출간된 지 100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글에서 비판이론이라는 마르크스주의의 역사를 개시한 「사물화와 프롤레타리아트 의식」 에 새롭게 접근함으로써 사물화라는 개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 텍스트를 사회학 비판의 기획으로 읽고자 한다. 루카치 자신의 유명한 표현을 빌자면, ‘부르주아 사유의 이율배반’의 효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연과학과 구분되는 사회(과)학의 형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신칸트주의와 생철학 등의 철학적 사고에 의지한 베버와 짐멜의 사회학 이론은 의미와 해석의 사회학으로서 경제로부터 자율적인 대상으로서의 사회를 가정하고, 자연과학과는 구별되는 합리성과 법칙의 세계를 지닌 사회의 과학을 수립하고자 했다. 루카치는 바로 이러한 경제와 사회의 분리를 칸트 이후의 비판철학이 해결하고자 한 철학적 질문들(물자체, 주체와 객체)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여겼다. 그리고 칸트 이후의 비판철학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한 신칸트주의 서남학파, 특히 에밀 라스크의 의미, 대상성, 형태 등의 개념을 전유하며 사회학을 구성하는 기원적 이율배반을 마르크스의 물신주의론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기존의 역사유물론을 혁신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사물화와 프롤레타리아트 의식」은 희귀한 사회학 비판의 텍스트로 간주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밝히기 위해 그간 간과되었던 신칸트주의가 루카치에게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근년의 ‘새로운 루카치’ 읽기의 성과들을 참조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 텍스트를 둘러싼 기존의 독해, 즉 인간중심주의적인 마르크스주의를 경유한 주체(성)과 이데올로기론으로 한정하는 주장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특히 상품물신주의를 사물화라는 개념으로 전유하며 이를 자본주의사회의 대상성의 기본 형태로서의 상품과 이에 조응하는 주체성을 분석하는 루카치의 분석의 기본적 구조를 강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