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중-한 대화 번역에서 나타나는 인칭직시어와 사회직시어의 사용 양상에 관해 살펴봤다. 번역 작업에서는 단순히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직접적 의미만이 아닌 언어 환경에 출현한 화용적 성분들의 상호 작용까지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한 번역에서도 원문과 번역문 간 ‘대인 등가’를 이루기 위해 두 언어의 특징뿐만 아니라, 인칭·사회직시어와 같은 특정 화용 성분의 번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칭·사회직시어는 사용자들의 사고와 가치관을 반영하고, 문화적·사회적·역사적 배경과도 관련이 깊어 적합한 번역어를 찾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한국어의 인칭·사회직시어는 중국어에 비해 새로운 사회관계를 형성하거나 대화 참여자들의 사회적 위치의 차이를 파악하게 하는 역할을 하여 사용 양상이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러한 두 언어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여기서는 ‘공손성 원리’와 그 하위 범주인 ‘체면’에 의해 자세히 설명해 보았다. ‘공손성 원리’는 화자가 청자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발화하는 것을 말하고, ‘체면’은 ‘사회적 거리’, ‘사회적 힘’ 및 ‘그 문화에 따른 부담률’ 등을 고려한 하나의 화용적 전략을 말한다. 한국어는 중국어에 비해 이러한 ‘공손성 원리’와 ‘체면’을 더욱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준수하여 인칭·사회직시어 사용 양상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