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는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00년에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첸이 처음 제안한 이래로 ‘인류세’는 오늘날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를 응축하고 있는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세’는 현상을 기술하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 간의 관습적인 구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나아가 인간이 지질학적 시간에 포함되는 ‘인간종(種)’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 경계, 혹은 근대적 분할의 해체라는 이 새로운 현실은 오늘날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 전체에 새로운 사유 방식을 요청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행성적 사유’를 중심으로 그 새로운 사유 방식의 양상을 살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와 대비되는 ‘행성’, 그리고 ‘자연’이나 ‘환경’과 구별되는 ‘생태’가 그것들이다. 전자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사유라면, 후자는 ‘행성’을 배경으로 모든 존재를 존재론적으로 평등하게 인식하는 사유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사유 방식의 변화와 그것이 문학 및 철학 등의 인문학 분야에서 야기한 문제를 살펴보았다.